— HCI 관점에서 해부한 “대규모 제품 구색(Assortment)”의 진실
온라인 쇼핑을 하다 보면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아…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근데 또 너무 적어도 만족이 안 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선택지가 많을수록 좋다”는 직관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보면 이 믿음은 안정적으로 지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규모 구색이 **인지적 과부하(cognitive overload)**를 유발하고, **선택 회피(choice deferral)**를 증가시키며, 일부 조건에서는 전환율을 악화시키는 역설적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이 논문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예를 들어, 식품 커머스 운영자 A 대표의 사례를 보자. 물티슈 카테고리 상품 수를 200개까지 확대한 후 페이지 이탈률이 증가했고, 신규 고객 전환율이 13% 낮아졌다. 반면 경쟁사는 동일한 카테고리를 15개만 노출했지만 구매 전환율은 더 높았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좋아야 하는데 왜 판매가 줄지?”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또 다른 사례로, 패션 플랫폼 이용자 B씨는 “원피스 7,000종” 카테고리를 클릭했다가 40초 후 되돌아가기(back) 버튼을 눌렀다. 너무 많은 선택지는 탐색 동기보다 포기 동기를 강하게 자극한다.
이 논문은 이런 현상을 개인 특성(trait)과 상황(context)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한다. “지금 이 순간, 이 사용자에게, 이 구색이 과연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보다 정교한 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HCI·서비스기획·플랫폼 UX 관점에서 중요하다.
0. “선택이 많아지면 행복해질까?” 먼저 상식부터 점검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 선택지가 많으면 내 취향에 맞는 것을 찾을 확률이 높아지니 더 좋다.
- 하지만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머리가 복잡해져서 오히려 못 고른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어떤 상황에서 무엇이 더 강하게 작동하는지가 관건이다.
Boyd & Bahn(2009)는 이 질문을 다음 두 이론으로 분석한다.
1. 핵심 개념, 먼저 쉽게 설명하고 시작하자
(이번엔 불친절하다는 말 절대 안 나오도록 정리함)
📘 핵심 개념 1: Assortment
고객이 지금 선택해야 하는 ‘옵션 묶음’의 크기와 다양성.
예:
쿠팡에서 “무선 청소기” 검색하면 나오는 200개가 assortment다.
카페에서 “케이크 메뉴 5종”도 assortment다.
📘 핵심 개념 2: Cognitive Cost(인지 비용)
비교하고, 이해하고, 결정하는 데 드는 정신적 노력.
옵션이 많아질수록 증가한다.
예:
넷플릭스 켜서 볼 거 고르는 데만 20분 소비 → cognitive cost 폭증.
📘 핵심 개념 3: HSM(Heuristic-Systematic Model)
확신이 낮을 때 인간은 ‘더 깊은 정보 처리’를 하게 된다.
- 확신 충분 → 대충 고름(Heuristic)
- 확신 부족 → 깊게 따짐(Systematic)
즉, “잘못 고르면 손해 볼 수 있는 상황(리스크)”에서는
사람이 더 많은 옵션을 꼼꼼히 비교할 동기가 생긴다는 뜻.
📘 핵심 개념 4: OSL(Optimal Stimulation Level)
사람마다 선호하는 ‘적당한 자극 수준’이 다르다.
- High-OSL: 새로움, 정보, 복잡성 좋아함
- Low-OSL: 안정적, 단순한 구성 좋아함
쉽게 말해,
“누군가는 100개 옵션을 보면 신나고,
누군가는 10개만 봐도 질린다.”
📘 핵심 개념 5: Information Processing Benefit
옵션이 많은 세트에서 얻게 되는 정보·학습·확신 증가의 가치
이게 오늘 이야기의 핵심이다.
우리가 “옵션이 많아서 피곤하다”만 생각했지,
**옵션이 많아서 얻는 처리적 이득(processing benefit)**은 간과해왔다.
2. 선택지가 많으면 생기는 효과: 기쁨 3, 고통 3
논문 내용을 이해하려면,
먼저 **“옵션이 많을 때 생기는 좋은 점 vs 나쁜 점”**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 선택지가 많을 때 좋은 점(Benefits)
| 1. 선호 맞춤 확률 증가 | 내 취향 맞는 옵션을 찾을 확률이 높아짐 |
| 2. 유연성 증가 | 새로운 니즈가 생겨도 대응 가능 |
| 3. 새로움 추구 충족 | “다양성은 재미”라는 행동적 욕구 만족 |
🔴 선택지가 많을 때 나쁜 점(Costs)
| 1. 인지 부담 증가(cognitive load) | 너무 많은 비교 → 피로 |
| 2. 갈등(conflict) | 둘 중 어느 것이 더 나을지 판단 어려움 |
| 3. 후회/책임 증가 | “더 좋은 걸 놓쳤을지도…” 불안감 |
이게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선택 과부하(Choice overload)’ 논리다.
그런데 Boyd & Bahn(2009)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정말 Large assortment는 언제나 비용이 더 큰가?
혹시 잘만 쓰면 ‘인지적 혜택’이 더 클 때는 없을까?
이 질문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다.
3. HSM 관점: “잘못 고르면 손해 볼 때” 사람의 뇌는 어떻게 바뀌는가?
실험 1은 이렇게 묻는다.
“Risk가 높을 때, 옵션 많은 세트가 오히려 도움이 될까?”
🧪 실험 상황
참가자들은
- “초콜릿을 사러 갔다”라는 설정에서
- 두 가게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두 가게 모두 15종류의 초콜릿을 팔고 있지만,
다양성(variety)이 다르다.
- Low-variety: 모두 비슷한 종류
- High-variety: 종류·재료·조합 등 차원이 많음
여기에 **반품 정책(=위험)**을 조작한다.
- Low-risk: 아무 이유나 반품 OK
- High-risk: 영수증 + 미개봉 필수
🧐 HSM의 예측
위험하면 확신이 떨어진다.
확신이 떨어지면 사람은 더 꼼꼼히 따진다(Systematic processing).
그러면 옵션이 다양할수록 비교·조사할 정보가 많아져서 확신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즉,
High-risk 상황에서는 오히려 variety가 많은 가게가 더 매력적이어야 한다.
📊 결과 요약 (핵심)
| Low-risk | 48% |
| High-risk | 56% |
큰 차이는 아니지만 방향성이 HSM 예측과 완전히 일치한다.
참가자들의 서술형 답변도 이를 뒷받침했다.
- High-risk 조건:
- “더 정확히 비교하고 싶었다”
- “좀 더 fancy해 보인다”
- “확인할 정보가 많아서 좋았다”
→ 즉,
리스크 증가 → 확신 회복 욕구 증가 → 옵션 다양성은 도움이 되는 정보원이 됨
4. OSL 관점: “사람마다 옵션 많은 UI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
실험 2는 맥락이 아니라 개인 성향에 주목한다.
🧪 실험 상황
- 3개짜리 세트 vs 15개짜리 세트
- 참가자들은 두 세트의 “매력도”를 평가
- 참가자의 OSL(자극 선호 점수)을 측정
🧠 OSL의 예측
- High-OSL 사람:
- 새로움·정보·복잡성 자체가 즐거움
- 옵션 많을수록 재미
- Low-OSL 사람:
- 안정성 선호
- 너무 많은 옵션은 피곤, 귀찮음
📊 핵심 결과
| High-OSL | 15.6 | 73.5 |
| Low-OSL | 48.0 | 52.8 |
High-OSL 사람들은 15개 옵션 세트에서 매력도 폭발적 증가.
Low-OSL 사람들은 사실상 큰 차이 없음.
정리하자면:
큰 옵션 세트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게 아니다.
High-OSL에게만 강력한 혜택을 준다.
5. 두 실험을 합쳐 보면 보이는 큰 그림
둘을 합치면 이렇게 된다.
📌 위험(Risk)은 “상황” 요인
→ 확신 부족 시, 옵션 정보가 도움이 됨
→ Large assortment가 ‘불확실성 완충재’가 됨
📌 OSL(자극 선호)은 “사람” 요인
→ High-OSL은 옵션 많을수록 자극적이고 재미있음
→ Large assortment가 ‘인지 자극원’이 됨
📘 종합 구조표
| High-risk 상황 | 확신 증가(불확실성 완화) | 인지 비용 증가 |
| Low-risk 상황 | benefit 없음 | 인지 비용 증가 |
| High-OSL 소비자 | 재미·자극 제공 | 거의 없음 |
| Low-OSL 소비자 | benefit 없음 | 인지 비용 증가 |
즉,
Large assortment는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는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모두에게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6. UX/HCI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여기부터는 논문 이상의 인사이트다.
6-1. Cognitive Load(인지 부하)는 절대적 개념이 아니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낀다.
- High-OSL: cognitive load ↑ = 재미↑
- Low-OSL: cognitive load ↑ = 스트레스↑
즉,
같은 UI라도
어떤 소비자에게는 “넘치는 정보”,
어떤 소비자에게는 “좋은 자극”
6-2. Risk에 따라 UI 전략을 바꿔야 한다
고위험(high-risk) 상품에서는:
- 옵션 축소 = 오히려 확신을 빼앗는 행위
- 옵션 다변화 + 비교 기능 = 불확실성 완충
예:
보험, 창업 상품, 장기 구독 상품
→ “옵션 줄이기”는 오히려 UX에서 손해다.
6-3. Adaptive Assortment의 필요성
고객의 OSL을 판단할 수 있다면?
- High-OSL → 풍부한 옵션 제공
- Low-OSL → 요약본, 핵심 3개 추천
유튜브·넷플릭스·쿠팡 모두 이 접근으로 가야 한다.
7. 실무자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
7-1. 옵션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조건부 자산”이다
다만, 모든 사용자에게 일괄적으로 던지면 안 된다.
7-2. 리스크가 큰 상품은 옵션을 줄이면 안 된다
사람은 확신을 얻기 위해 정보를 필요로 한다.
7-3. 개인의 자극 선호도(OSL)에 따라
- UI 난이도
- 옵션 개수
- 필터 구조
전략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7-4. 대규모 카탈로그(이커머스)에서는
**“유저가 High-OSL인지 Low-OSL인지”**를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UX 분기점이 된다.
8. 결론: 선택은 많아서 나쁜 게 아니었다
이 논문이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지만 강력하다.
문제는 ‘옵션이 많다/적다’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이냐이다.
옵션이 많은 것은 인지 부담을 증가시키지만,
동시에 확신과 자극이라는 처리적 이득을 제공한다.
따라서 Large assortment는
사용자에게 “통제 불가능한 혼란”이 아니라,
상황과 성향에 따라 ‘인지적 옵셥(Option)’을 제공하는 도구가 된다.
Boyd, D. E., & Bahn, K. D. (2009). When do large product assortments benefit consumers? An information-processing perspective. Journal of Retailing, 85(3), 288-297.
'HCI와 비즈니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HCI와 비즈니스] 플랫폼은 시장이면서 기술이다 - 기술 플랫폼의 통합 이론 (0) | 2025.11.28 |
|---|---|
| [HCI와 비즈니스] Dominant Design 완전 정리 — 아이폰·테슬라·넷플릭스까지 이어지는 기술·시장 표준화의 비밀 (0) | 2025.11.28 |
| 요즘 잘나가는 비즈니스들은 왜 하이퍼로컬에 집중할까? (0) | 2025.11.10 |